[특별연재] 성동구 성수동, 가게와 간판을 통해 재미를 쌓는 거리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흥미로운 방식
변화의 시작은 몇 년 전 대림창고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리기 시작하며 모인 사람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패션피플과 힙스터들이 대림창고를 파티플레이스처럼 활용했고, 이후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성수동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공장지대가 그야말로 재미있는 공간이 됐다. 몇몇 잡지에서 '서울의 브루클린'이라는 다소 낯 뜨거운 수식으로 성수동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상권은 계속 팽창했다. 그 결과 현재 성수동은 서울숲을 포함해 한양대와 건대 인접 지역까지 영역을 넓혔다.
상군이 팽창하고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자연스레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성동구청에서 서울숲 주변(서울 숲 1길~9길)에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를 정해 올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수동에 프랜차이즈가 아예 없거나 신규 입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급속도로 일어나며 상권을 잠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상권의 흥망을 짧은 주기로 반복하며 잠식당했던 홍대나 이태원과는 다르게 성수동은 지역의 생산 인프라가 건재하다. 오래전부터 성수동을 지킨 공장과 구두공방에 최근 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오피스 타운은 해당 지역 상권을 튼튼하게 만드는 내부소비층을 형성한다. 내부소비층의 증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더디게 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가끔 핫플레이스라는 성수동의 외면만을 보고 주말에 찾아와 실망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가게 중간중간 크고 작은 공장이 있고 심지어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상당수다. 경리단길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다가 당황하기도 하고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 가게를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게 결국 성수동의 상권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더디게 하는 힘이다. 상권의 지속성을 담당하는 내부소비층의 증가.
거리를 재미있게 만드는 가게와 간판
개성이 넘치는 가게와 간판이 거리의 풍경을 바꾼다는 말은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넘쳐흐르는 현재의 서울에서 상투적인 표현이 됐을 정도다. 하지만 간판이 재밌으면 역시 거리 자체가 흥미롭게 보인다. 몇 년 전 대림창고를 중심으로 뜨는 동네였을 때는 홍대나 이태원 등의 핫플레이스를 복제하는 느낌이었지만 최근 성수동과 서울숲은 이 지역의 분위기를 담는다. 구체적으로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성수동 특유의 매력이 가득 차 있다. 결국, 생산과 소비, 주거까지 다양한 시설이 공존하는 공간의 특이함과 그로 인해 형성된 아이덴티티라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성수동은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다. 재미있는 가게와 개성을 드러내는 간판 때문에 걷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에 이끌려 한 걸음 한 걸음 더 딛게 되는 거리엔 어김없이 예쁜 간판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간판은 거리를 걷는 사람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간판이 비정형적으로 모여 있다.
특히, 성수역에서 뚝섬역으로 갈수록 대각을 이루는 지역 구조는 걷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주택이 잔뜩 몰린 이면도로의 끝자락까지 걸어가보면 어김없이 재밌는 가게와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 재미, 성수동에 비정형적으로 모인 가게와 간판은 거리를 재미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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